詩 • 든 • 손

in #steemzzangyesterday

굴뚝 뒤로 연기처럼 희미한 길을 따라
빨간 찔레열매가 햇볕에 금빛으로 물드는 산기슭
멍석 두어닢 펼친 것만한 산밭이 눈밭이 된 날
막대기들이 눈밭을 헤치고 다녔다

눈밭에서 캥, 캥 재채기를 해가며
지는 해가 남은 빛을 다 쏟아내기까지
눈보라를 일으키며
깍지를 뛰쳐나온 콩알을 찾아 먹으며
겨울을 이겨내고 있었다

장끼들이 빳빳이 세운 꼬리깃에
겨울바람이 전장으로 향하는 군사들의 깃발처럼 펄럭이면
겨울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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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숲/ 복효근

새들도 떠나고

그대가 한 그루

헐벗은 나무로 흔들리고 있을 때

나도 헐벗은 한 그루 나무로

그대 곁에 서겠다

아무도 이 눈보라 멈출 수 없고

나 또한 그대가 될 수 없어

대신 앓아줄 수 없는 지금

어쩌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눈보라를 그대와 나누어 맞는 일뿐

그러나 그것마저

그대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보라 그대로 하여

그대 쪽에서 불어오는 눈보라를

내가 견딘다 그리하여

언 땅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뿌리를 얽어쥐고

체온을 나누며

끝끝내 하늘을 우러러

새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보라 어느샌가

수많은 그대와 또 수많은 나를

사람들은 숲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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