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2일(화)



[이슈&인사이트] 이제 우주강국의 비전 세울 때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6.29 10:04

고경철 세종과학포럼 회장/전 KAIST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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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철 세종과학포럼 회장/전 KAIST 연구교수


지난주 누리호의 성공적 발사로, 우리나라는 중국·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 자체 우주 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국가 반열에 올랐다. 이번 발사 성공의 의미를 살펴보기 전에, 항공우주연구원에서 20여년간 로켓 자세제어 기술을 연구개발한 전문가를 통해 들은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통상 항공기의 자세를 조절하거나 방향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유압 구동기가 사용되는데, 이때 유압장치의 동력은 유압 펌프를 통해 고압으로 압축된 유압유에 의해 제공된다. 그러나 이번에 발사 성공한 75t 급 중형 로켓을 고도 700km의 우주 궤도에 쏘아 올리는데에는 유압펌프의 중량조차 로켓 추진력에 부담이 되어 펌프에 의한 가압방식은 무용지물이 된다고 한다.

로켓 자세제어 시스템의 무게를 줄이고 연소를 위해, 고압으로 압축되는 추진체 연료를 유압유로 사용하는 무펌프 가압방식을 채택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방식은 무거운 압축펌프를 사용하지 않아 제어시스템의 경량화가 가능하지만 항공용 유압유에 비해 점도도 낮고 폭발성이 높은 연료 유압유를 사용하기에 구동용 실린더에서 제어용 서보밸브에 이르기까지 유압시스템 전체를 기본 부품 설계부터 완전히 다른 차원의 기술로 구현해야 했다고 개발 비화를 전해 주었다. 실로 우주항공 시스템 설계기술의 극한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누리호 발사에 성공했지만, 우리의 기술적 수준은 우주항공 산업에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위치에 있다. 즉, 첨단 우주 극한기술로 경쟁이 치열한 우주산업 시장에 진입한 것 같은 장밋빛 전망을 가지기에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위의 예처럼 시스템의 안전성과 우주산업 경쟁력을 위해 확보해야 기술도 아직 즐비하다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정한 우주강국에 오르기 위해 무엇을 좀 더 준비하고 향후 추진 방향을 세워야 할지 알아보자.

물론 추진체 설계 및 제작 기술을 단 2번의 발사를 통해 성공적으로 검증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특히 독자적으로 확보한 우리의 우주 발사체 기술력을 전세계에 널리 알렸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아직 근본적 기술 격차가 우리보다 훨씬 앞서있는 미국 러시아 등 선진 우주산업 선도 국가들에 비해 아직 크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세부적으로 살펴 보면, 액체연료 추진 설계기술·클러스터 엔진 동기화 기술·로켓 추력조절·위성 자세 제어기술 등 프론트 엔드 기술은 물론이거니와, 지난 1차 누리호 실패의 원인으로 분석된 산화제 탱크 설계기술·폭발사고를 방지하는 고신뢰성 제작기술 등은 단순 이론이나 시뮬레이션이 아닌 물리적 실험과 결합된 하이브리드형 시뮬레이션과 반복된 시험 발사 과정을 통해 오랜 시간을 두고 축적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우주기술 확보를 위한 국가적 연구개발(R&D)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 되어야 하고 규모도 더욱 증대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 다음으로 고려할 점은 미래 산업지형의 변화이다. 현재의 5세대 이동통신 기술은 위성방송과 융합되어 6세대 기술로 발전할 것이라 예측되며, 이로 인해 거대한 위성발사체 시장이 더욱 크게 열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를 대비해 아마존, 테슬라, 애플 등 IT빅테크 기업들은 AI 기술 투자에 이어 다가올 우주시대를 주도할 저궤도 위성 산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스페이스-X는 팰컨9 재사용 로켓 프로젝트를 통해, 우주 발사체를 공해상에 버리는 것이 아닌 역추진 로켓을 통해 지상으로 귀환시키는 실용화 기술을 이미 100차례이상 성공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 향후 벌어질 우주시대 항공 통신 산업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체계적인 우주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적 지원에 맞물려 민간기업들의 투자도 활성화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제 우주공간은 선점한 국가들에 의해 점차 비좁아지고 있다. 정지위성 궤도 공간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남아있는 저궤도 위성 공간도 확보하기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이다. 국가산업 측면을 넘어 안보차원에서도 필수적인 저궤도 위성 기술은 발사체 보유기술을 넘어 부품·소재·운용 등 전방위 우주산업 기술로드맵 수립을 통해 확보되어 한다고 볼 때, 국가적 거버넌스를 통해 체계적이고 중장적기적으로 추진하는 우주산업청의 신설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다.

3년째 지속되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지쳐가는 자영업자와 힘들게 버티는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이번 과학적 경사가 그저 먼나라의 다른 세상 이야기로 들릴지 모른다. 미래의 국민 먹거리는 오직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확보된다고 볼 때, 이번 누리호 발사성공이 국가 발전의 백년대계를 새로운 세우는 전기가 되고, 7대 우주발사체 기술 보유국을 넘어 우주시대를 주도하는 진정한 우주기술 강국으로 우뚝 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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