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 9 8 7 년 이후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한국 정치와 언론 매체는 서로 어 떻게 상호작용했는지 그리고 한국사회 민주화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검토한다. 구체적으로 매체... more 이 글은 1 9 8 7 년 이후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한국 정치와 언론 매체는 서로 어 떻게 상호작용했는지 그리고 한국사회 민주화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검토한다. 구체적으로 매체 체계론적 관점에서 한국사회 민주화를 기술하는 민주주의 이행 모형을 제안하고,한국 정치 체계와 매체 체계 간의 관계의 한국적 특수성을 논 의한다.이 글은 특히 ' 정치 병행성( pol i t i c a lpa r a l l e l i s m) ' 개념을 이용해서 정치 *이 논문의 발단은 2 0 0 9 년 2 월 3 주 동안 진행된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B K 2 1 사 업단이 지원한 동계방학 독서회입니다.당시 독서회에 참여하여 귀중한 의견을 제 시해 주신 양승목,박용규,김수정 교수님들께 감사를 표합니다.이 글의 초고는 2 0 0 9 년 7 월 2 4 일 한국언론학회 언론과사회 분과 하계 세미나에서 발표된 바 있습 니다.당시 토론을 해 주신 윤영철,김경모 교수님과 이번『커뮤니케이션 이론』 심사과정에서 꼼꼼한 리뷰를 해 주신 세 분의 심사위원님께 감사를 표합니다.이 연구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의 연구지원을 받았음을 밝힙니다.
방송 며, 시대와 조건에 따라 상이한 형태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개념적 느슨함이 파괴적이거나 생산적인 정치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 공익성과 같은 일종의 텅... more 방송 며, 시대와 조건에 따라 상이한 형태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개념적 느슨함이 파괴적이거나 생산적인 정치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 공익성과 같은 일종의 텅 빈 개념(empty concept)을 어떻게 정의 할 것인가를 놓고 소모적인 정치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사 회적 타협을 통한 창의성과 생산성이 발휘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할 수 도 있는 까닭이다. 더불어 이 공익 개념은 어떤 공공정책이 특정 이념 혹 은 집단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식으로 결정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최소한의 형식적 요건이자 정치적 알리바이다. 편협하고 도구적인 이유 로 특정 정책을 형성하는 순간에조차, 단순히 '이윤(profits)'이나 '선거 승리(electoral success)'와 같은 발가벗겨진 가치보다는 더 넓은 수준의 사회적 관심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처럼 표상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 써 사회적 정당화의 최소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Freedman, 2008, p. 54). 특히 미디어 정책은 신규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의 도전에 직면 하여 정책 형성자들이 활용하는 분석 지침이자 규범적 목표로서, 공익 성과 같은 일련의 "기반원칙(foundation principles)"에 의존하는 경향 이 뚜렷하다(Napoli, 2001, p. 3). 1 이렇게 민주적인 최소요건을 갖추어 탄생한 공공정책은 하나의 수 미일관한 논리 체계를 갖기보다는 상호모순적인 개념들이 절충적으로 혼용되는 경향을 갖고 있다. 간햄(Garnham, 2005, p. 16)이 지적하는 바처럼, 정책 담론 내부에서 특정 수사학적 목적에 봉사하는 개념과 가치들 은 "일종의 슬로건, 하나의 축약적 준거(shorthand reference)"로서 그것을 "지지하는 일련의 이론적·정치적 입장을 비성찰적으로(unreflectively) 동 원한다." 이와 같은 성찰성 결여가 오히려 그런 개념들이 지니는 이데올 로기적 힘의 근원이 된다. 동원된 여러 이론적 분석 속에는 당연히 상호 1 그에 반해 한국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규범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며, 설혹 규범에 관한 논의가 전제되는 경우에도 아무런 실행적 의의를 지니지 못하는 선언적 언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때로 특정 규범이 정책 형성과 집행을 강력히 선도하는 경우에도 다분히 일방적인 다수파 논리에 의해 압도되는 경향이 강하다.
해외의 선행 사례에 대한 '타자관찰'(other-observation)에 근거해 형성되 는 경향이 있었던 까닭에, 한국의 외주제작 정책에 대한 진전된 '자기 관찰'(self-... more 해외의 선행 사례에 대한 '타자관찰'(other-observation)에 근거해 형성되 는 경향이 있었던 까닭에, 한국의 외주제작 정책에 대한 진전된 '자기 관찰'(self-observation) 역시 기존의 타자관찰 대상에 대한 면밀한 검토 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외주제작 활성화 정책 이 근본적으로 수입된 정책이기는 하지만, 이를테면 "귤이 회수를 건 너면 탱자가 된다"는 식의 손쉬운 평가를 내리기 전에, 강남에서는 정 말 귤이 귤로 자라났는지를 먼저 살필 이유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그와 같은 타자관찰 대상의 하나로 영국의 독립제작 활성 화 정책에 주목하고자 한다. 1)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의무적 외주제작 1) 영국의 독립제작(independent production) 개념은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외주제작 개념과는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외주제작(external commi-영국 독립제작 활성화 정책에 대한 비판적 평가 / 187 비율의 도입에서부터, 외주전문 공영채널 설립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 을 거쳐, 최근의 저작권 관련 논의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외주제작 정 책은 직간접적으로 영국의 독립제작 활성화 정책을 참조해온 측면이 강하다. 예컨대 "컨텐츠 문제가 지속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한국 의 상황에서 모든 프로그램을 외주제작 프로그램으로 방영하는 출판 형 방송사인 채널 4가 하나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견해(은혜정, 2001, 85쪽)라든가, 2003년 커뮤니케이션법(The Communications Act, 2003) 도입 이후의 영국 독립제작 활성화 방안을 분석하면서 "외주정 책의 내용을 한 단계 질적으로 심화시킨 것으로 평가"하는 입장(김대 호, 2005, 196쪽) 등에서, 상대적으로 불완전하거나 미진한 한국 외주 제작 정책이 나아갈 바를 영국 사례에서 찾고자 하는 경향을 자주 발 견할 수 있다. 또한 여러 정책보고서나 논문에서 외주제작 쿼터, 경합 형 공공기금, 프로그램 저작권 정책 등의 이슈를 두고 해외사례를 분 석할 때 언제나 주요 분석대상으로 꼽히는 것이 영국의 독립제작 정책 이라는 점을 확인하기란 어렵지 않다(강형철 외, 2008; 장하용․조항 제․임정수, 2008; 임정수, 2009 참조). 실제로 영국은 자국 생산 프로그램이 세계에서 가장 활성화된 국가 들 가운데 하나이며 영국 독립제작 부문은 유럽에서 가장 크고 활성화 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Ofcom, 2006). 영국은 방송 프로그 램 수출시장에서, 비록 큰 격차가 있기는 하지만, 미국 다음으로 가장 수익성 높고 경쟁력 있는 행위자로서 그 가운데 독립제작 부문이 차지 하고 있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Steemers, 2004). 영국 시청각 ssions)은 방송사 자체제작(inhouse production)이 아닌 모든 경우를 의미하는 반 면, 독립제작은 방송사가 고용하거나 방송사가 통제권을 갖지 않는 주체에 의한 프로그램 제작을 일컫는다. 따라서 방송사가 전체 지분의 25% 이상을 소유하는 제작사나, 방송사 지분의 25% 이상을 소유하는 제작사에 의한 프로그램 제작은 제외된다(HMSO, 1995). 물론 한국에서의 외주제작 개념이 단순히 방송사 자 체제작에 대비되는 개념으로서뿐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이와 같은 독립제작 개념 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영국에서 사용되는 '독 립'(independent) 개념은 그러한 법적 규정 이상의 역사적 맥락을 갖고 있으며 부분적으로는 흔히 '인디'(indie)라고 지칭되는 문화적 생산주체와 상당한 연관성 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이후 내용에서 더욱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52 _ 방송과 커뮤니케이션 2014년 제15권 4호 1. 문제 제기 1) 배경 맥락과 연구문제 영국은 무료 (지상파) 방송과 유료 (위성) 방송이 강력한 복점 구도를 유지 ... more 52 _ 방송과 커뮤니케이션 2014년 제15권 4호 1. 문제 제기 1) 배경 맥락과 연구문제 영국은 무료 (지상파) 방송과 유료 (위성) 방송이 강력한 복점 구도를 유지 하고 있는 나라이다. 무료 지상파방송은 BBC를 위시로 한 네 개의 공영 및 민영 방송사들이 공공서비스 방송으로서의 특수한 사회적 지위를 활용해, 즉 '공공서비스 의무와 권리의 독특한 교환 체계'에 기초해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해왔다. 요컨대 무료 보편적 방송 서비스 원칙 등과 같은 공익적 지향을 걸고 정부나 정책 당국으로부터 지상파 플랫폼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공공정 책을 이끌어냄은 물론, 고품질 콘텐츠의 안정적 재생산과 적정 수준의 디지털 혁신을 통해 시장에서의 선도적 위치 또한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다른 한편 루퍼트 머독 계열의 위성방송 스카이(BSkyB)는 지중선로를 통한 유선화 (wired) 방식이 보편화되기 어려운 영국적 조건을 십분 활용하여 유료 위성방 송을 정착시켰다. 디지털 방송 기술 측면에서의 트렌드세터로서의 선도성, 스포츠와 영화를 망라하는 프리미엄 콘텐츠의 유효 독점, 시장 변화에 대한 적응력 높은 비즈니스 전략, 압도적 고객 서비스 역량 등을 결합하여 1) 유료방 송 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를 확보했다(이준웅·정준희, 2012; Hart, 2004). 하지만 공공 영역과 시장 영역, 유료방송과 무료방송 플랫폼 사이의 일정 한 균형을 통해 시민-소비자의 이해를 폭넓게 확보하려는 정책 의지가 작동 해온 지금까지의 구조에서(Livingstone, et al., 2007; Starks, 2007; 정준희·김대 호, 2011), 디지털 전환 완료 전후로 형성된 새로운 변수 몇 가지가 부상하고 1) 물론 순수한 시장 행위만으로 이와 같은 지위를 달성했으리라 판단하기는 어려우며, 1980년 대 보수당 정부의 탈규제 정책을 이끌어내고 이로부터 직접적 수혜를 입은 대표적 행위자들 로서 2000년대 이후 노동당 정부와도 일정한 밀월관계를 수립할 수 있었던 덕도 크다 (Galperin, 2004; Freedman, 2008). 영국 지상파방송사의 디지털 진화 전략 분석 _ 53 있다.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인터넷 프로토콜(IP) 기반의 방송 전달 양식과 이에 부응하는 비선형 소비 형태의 등장이다. 이는 무선 방송 주파수를 통해 선형적인 콘텐츠 패키지를 전달함으로써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해온 이 두 행위자 모두에게 상당한 도전이 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Netflix), 아마존, 유튜브 등의 신규 개방형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ver-the-top: OTT) 사업자들이 대거 등장하여 가입비(subscription) 기반의 유료 텔레비전 시장은 물론 광고 기반의 무료 텔레비전 시장에 대해서도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경쟁 조건이 형성되고 있는 시점이다(Ofcom, 2014b). 또 다채널 서비스를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되던 디지털화 초기 국면은 이제 고화질(HD) 서비스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 확대를 꾀하지 않을 수 없는 디지털화 후기 국면으로 이동 중이다. 디지털 전환의 장점으로서 표준화질(SD)급 다채널 서비스 보급에 주력해온 영국의 경우 HD 서비스가 최근 들어 본격화되고 있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방송 서비스 공급자들의 의지에 의해서건 상위시장(upmarket) 시청자들의 새로 운 수요에 의해서건, 그리고 수상기 교체 주기에 맞물려서도 조만간 어떤 형태 로든 초고화질(UHD) 서비스가 가시화될 전망이며, 이를 위해 좀 더 효율적인 압축 전송 기술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필요성 역시 대두되고 있다. 미디어티크(Mediatique, 2014)가 예측하듯이 영국에서도 광고와 수신료를 기반으로 하는 지상파 무료방송 서비스가 현재와 같은 지위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향후 10년 이내에 지상파방송의 시장 지위가 급격히 몰락할 확률은 비교적 매우 낮은 편이라고 는 해도, 기술 변화와 맞물린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 그리고 비선형적 콘텐츠 소비에 대한 시청자들의 요구의 획기적 증가 및 그에 수반되는 소비 패턴의 다분히 불가역적인 변화 등을 고려해볼 때 무료 지상파방송의 영향력은 차츰 감소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SD급 무료 지상파 다채널 플랫폼인 프리뷰(Freeview) 모형과 지상파 포트폴리오(portfolio) 채널 2) 을 활용하여 전체 규모를 유지하면서 나름 선방할 수 있었던 일종의 '연착륙' 54 _ 방송과 커뮤니케이션 2014년 제15권 4호 전략은 또 다른 종류의 방향 전환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결국 지금까지 무료 지상파 공공서비스 방송 진영이 대안으로 준비 해온 커넥티드(connected) TV로의 진화가 성공적일 수 있는지, 그리고 HD에 서 UHD까지를 포함하는 고화질 서비스로의 이동을 압축 기술, 전송망, 기기 측면에서 안정적으로 성취할 수 있는지 등이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이 연구는 1990년대 후반에 법제적 틀이 설정되고 난 다음, 2008년에 시작되어 2012년에 마무리된 순차적 디지털 전환(digital switch-over) 국면에 서 영국 공공서비스 지상파방송사들이 구성해냈던 전략적 대응의 양상을 추적해보려 한다. 이 연구가 해결하고자 하는 주요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연구문제 1 _ 최근 영국 방송산업을 관통하는 제도설계, 즉 특정한 종류의 목적의식적 공공정책이 존재하는가? 만약 존재한다면 어떤 특 성을 갖고 있는가? 그리고 이와 같은 제도설계는 어떠한 기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었는가? 2) 아날로그 신호와 디지털 신호가 동시 송출되던 시기에 영국 지상파방송사들은 공공서비스 채널로 분류되어 있는 아날로그 기본 채널(디지털로도 송출됨)과 공공서비스 역할에서부터 자유로운(단, BBC는 모든 국내 채널이 공공서비스 목적으로 한정됨) 디지털 부가 채널(디지 털로만 송출됨)로의 분화를 통해 다채널 패키지를 마련했다. 수신료에 기반을 둔 BBC는 수용자 일반을 포괄하는 기본 채널인 BBC1과 BBC2에 더해 특정 수용 계층에 초점을 맞춘 BBC3(젊은층), BBC4(예술), Cbeebies(미취학 아동), CBBC(취학 아동), BBC News(24시간 뉴 스) 등을 제공해왔고, 지역 면허 기반의 프랜차이즈 시스템인 최대 민영·상업방송사인 ITV는 기본 채널 ITV1의 콘텐츠를 변주하거나 연계 편성하는 파생 채널을, 제2공영방송사 인 채널4는 E4(연예오락), More4(연계 편성), Film4(독립영화)처럼 장르 특화된 채널을, 그리 고 소규모 제2민영방송사인 채널5는 5USA(미국 콘텐츠), 5Star(인기 장르) 등의 특성화된 채널을 패키지화했다. 이들은 기본 채널의 콘텐츠를 장르별로 나누어 재방송하는 방식을 넘어, 기본 채널 콘텐츠의 방송 시간을 연장하여 릴레이 방송을 수행하거나 기본 채널에서 공개하지 않은 다양한 뒷이야기를 제공하는 등의 연결 전략을 통해 각 채널 간 차별성과 함께 연계성을 높이는 시너지 효과를 의도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흔히 '포트폴리오 (portfolio) 채널'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Ofcom, 2014a; 2014b 참조). 영국 지상파방송사의 디지털 진화 전략 분석 _ 55 연구문제 2 _ 주요 기술 변동 국면에서의 제도설계와 기술 환경에 대응하는, 이 연구가 주목하는 주된 기업 주체인 영국 지상파방송의 전략과 그 결과물은 어떠했는가? 연구문제 2-1 _ 디지털 전환 이전의 제도설계와 기술 환경 변화에 부응하는 플랫폼과 서비스 측면에서의 영국 지상파방송의 전략은 무엇 이었으며 이는 어떤 결과를 빚었는가? 연구문제 2-2 _ 디지털 전환 이후의 제도설계와 기술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플랫폼과 서비스 측면에서의 영국 지상파방송사의 전략은 어떻게 구성되고 있으며, 어떠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가? 연구문제 2-3 _ 디지털 플랫폼과 이를 통한 서비스 전략 이외에 콘텐츠 전략 측면에서 어떤 특성을 발견할 수 있는가? 연구문제 3 _ 한국과 영국 사이의 차이점과 공통점은 무엇이며, 그로부터, 특히 한국 미디어 지형의 재편 과정에 연관되어 얻을 수 있는 실천적 함의는 무엇인가? 2) 분석틀 연구의 핵심 질문에 내포되어 있는 바와 같이 이 연구는 커뮤니케이션 산업의 전략적 환경과 기업 주체가 상호작용하면서 형성되는 역학관계를 영국 사회의 맥락에서 사례분석하는 접근법을 취하려 한다. 커뮤니케이션 산업의 초국적·일국적 재구조화 과정의 패턴을 추적하는 프라이스(Price, 1995; 2004)는 관련된 변동 양태의 핵심을 이른바 '충성시장 론(market for loyalties)'의 관점에서 포착한다. 여기서 충성시장이란 "권력을 쥐기 위해 경쟁하는 거대 행위자들이 자신들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이미지와 정체성의 카르텔을 조직화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규제 정책을 활용하며, 그 결과로 충의의 연계 양상이 재편되는(shuffle for allegiance)" 시장을 일컫는 56 _ 방송과 커뮤니케이션 2014년 제15권 4호 다. 이 시장에서 생산되고 교환되는 것은 국가적 정체성이나 공동체 관념 등인데, 일반적으로 국가, 정부, 기업, 이익단체 등이 '판매자'의 위치에 있으 며, 소비자, 시민, 신민, 국민 등은 이들 판매자들이 정보, 홍보, 광고, 뉴스 및 기타 콘텐츠 패키지의 형태로 이 시장에 내어놓는 소속감과 정체성이라는 문화적 산물을 구매하기 위해 (일반적인 화폐를 넘어) 시민의식/시민권이나 충성심 등을 지불한다. 그의 이론적 틀은 미디어 지형과 커뮤니케이션 산업 체계의 변동이 단지 기술과 시장의 변화에 의해서만 촉발되는 것이 아니라, 모종의 문화적 정체성을 둘러싼 긴밀한 교환관계와 상호작용에 의거하여 복합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라는 점을 잘 지적한다. 특히 그와 같은 변동이 일정한 지배 카르텔의 변동을 수반한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의 이론적 시각이 현실의 변화를 포착하는 데 다분히 은유적이고 느슨한 범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명확히 딱 떨어지는 분석적 유용성을 확보하기가 그리 용이하지는 않은 편이다. 이런 분석적 도구의 보완을 위해 마이클 포터가 제안한 전략적 경영이론의 분석 개념과 신제도주의적 접근이 제공하는 개념의 일부를 빌려오는 것이 유용할 것으로 판단한다. 최근의 미디어 산업 특성에 대응하는 전략적 경영이 론에 따르면 경쟁전략의 핵심은 자신의 조직을 전략적 환경(strategic environment)에 맞게 배치하는 것에 있으며, 현대 미디어 기업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 에는 기술 변동, (비즈니스 모형의 중추로서) 미디어 콘텐츠 모형의 변화, 소비자-수용자 행태 등이 주요 구성 요소로서 자리하고 있다(Porter, 1987; Bilton, 2007). 먼저 기술 변동은 최근 들어 점점 더 결정적 요인으로서 부상하 고 있는데, 단 기술결정론자들이 주장하는 바와는 달리 선행 기술과 후행 기술 사이에는 직접적 대체 메커니즘보다는 보완 혹은 점진적 침식 메커니즘 이 작동한다고 본다. 다음으로 미디어 콘텐츠 모형은 대중매체 콘텐츠에서 틈새 콘텐츠를 거쳐 참여적 소셜 콘텐츠 모형으로의 중첩적 이동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 전통적 양면시장을 구성하던 대중매체 수용자 기반의 광고 Available: http://www.bbc.com/news/entertainment-arts-27538275
그럼에도, 첫째, 영국 정부는 기술·기기적 디지털 컨버전스를 단순 추수하는 수 동적 지위에 머무르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적극적 산업정책(industrial activis... more 그럼에도, 첫째, 영국 정부는 기술·기기적 디지털 컨버전스를 단순 추수하는 수 동적 지위에 머무르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적극적 산업정책(industrial activism)"을 구사하는 주체였으며, 명확한 규범적 지향에 바탕을 두어, 특정 형태의 미 래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당대의 조건에 개입하는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어찌 보면 자유시장 이념과는 상반되는 이와 같은 접근법은 특히 시장과 산업에 대한 개입 주의적 정책을 표방한 신노동당 정부에 의해 더 목적의식적으로 채택되었던 바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최상의 방법은 그것을 창안해 내는(invent) 것이다. 만약 영국이 디지털 컨버전스의 최첨단에 서고자 한다면, 산업, 정부, 규제기구들은 더더욱 융합 된 방식의 사고와 행동을 지속해야만 한다(Intellect, 2005, 6)."는 언급 속에 이와 같 은 적극적 국가상이 잘 나타나 있다. 둘째, 영국의 디지털 컨버전스 정책 속에는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의 공익성(public interest), 공적 가치(public value), 사회문화적 특성 등에 대한 강조가 명확한 자리 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이 단순한 구색 갖추기나 립서비스였다면 현실적으로 큰 의 1) 이런 사고는 전통적으로 통신과 미디어 부문에 대한 강한 사회적 통제를 유지해온 유럽 커뮤니케이션 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함의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디지털 컨버전스 '현실'에 의해 촉발되어 1997년 녹서에 반영되었던 것은 아 니다. 이미 1989년의 "국경 없는 텔레비전 훈령(TV Without Frontiers Directives)" 속에는 탈규제, 상업화, 경쟁 촉진 이라는 모티브가 자리 잡고 있었으며, 1997년 녹서는 이것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글은 1 9 8 7 년 이후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한국 정치와 언론 매체는 서로 어 떻게 상호작용했는지 그리고 한국사회 민주화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검토한다. 구체적으로 매체... more 이 글은 1 9 8 7 년 이후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한국 정치와 언론 매체는 서로 어 떻게 상호작용했는지 그리고 한국사회 민주화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검토한다. 구체적으로 매체 체계론적 관점에서 한국사회 민주화를 기술하는 민주주의 이행 모형을 제안하고,한국 정치 체계와 매체 체계 간의 관계의 한국적 특수성을 논 의한다.이 글은 특히 ' 정치 병행성( pol i t i c a lpa r a l l e l i s m) ' 개념을 이용해서 정치 *이 논문의 발단은 2 0 0 9 년 2 월 3 주 동안 진행된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B K 2 1 사 업단이 지원한 동계방학 독서회입니다.당시 독서회에 참여하여 귀중한 의견을 제 시해 주신 양승목,박용규,김수정 교수님들께 감사를 표합니다.이 글의 초고는 2 0 0 9 년 7 월 2 4 일 한국언론학회 언론과사회 분과 하계 세미나에서 발표된 바 있습 니다.당시 토론을 해 주신 윤영철,김경모 교수님과 이번『커뮤니케이션 이론』 심사과정에서 꼼꼼한 리뷰를 해 주신 세 분의 심사위원님께 감사를 표합니다.이 연구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의 연구지원을 받았음을 밝힙니다.
방송 며, 시대와 조건에 따라 상이한 형태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개념적 느슨함이 파괴적이거나 생산적인 정치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 공익성과 같은 일종의 텅... more 방송 며, 시대와 조건에 따라 상이한 형태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개념적 느슨함이 파괴적이거나 생산적인 정치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 공익성과 같은 일종의 텅 빈 개념(empty concept)을 어떻게 정의 할 것인가를 놓고 소모적인 정치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사 회적 타협을 통한 창의성과 생산성이 발휘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할 수 도 있는 까닭이다. 더불어 이 공익 개념은 어떤 공공정책이 특정 이념 혹 은 집단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식으로 결정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최소한의 형식적 요건이자 정치적 알리바이다. 편협하고 도구적인 이유 로 특정 정책을 형성하는 순간에조차, 단순히 '이윤(profits)'이나 '선거 승리(electoral success)'와 같은 발가벗겨진 가치보다는 더 넓은 수준의 사회적 관심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처럼 표상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 써 사회적 정당화의 최소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Freedman, 2008, p. 54). 특히 미디어 정책은 신규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의 도전에 직면 하여 정책 형성자들이 활용하는 분석 지침이자 규범적 목표로서, 공익 성과 같은 일련의 "기반원칙(foundation principles)"에 의존하는 경향 이 뚜렷하다(Napoli, 2001, p. 3). 1 이렇게 민주적인 최소요건을 갖추어 탄생한 공공정책은 하나의 수 미일관한 논리 체계를 갖기보다는 상호모순적인 개념들이 절충적으로 혼용되는 경향을 갖고 있다. 간햄(Garnham, 2005, p. 16)이 지적하는 바처럼, 정책 담론 내부에서 특정 수사학적 목적에 봉사하는 개념과 가치들 은 "일종의 슬로건, 하나의 축약적 준거(shorthand reference)"로서 그것을 "지지하는 일련의 이론적·정치적 입장을 비성찰적으로(unreflectively) 동 원한다." 이와 같은 성찰성 결여가 오히려 그런 개념들이 지니는 이데올 로기적 힘의 근원이 된다. 동원된 여러 이론적 분석 속에는 당연히 상호 1 그에 반해 한국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규범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며, 설혹 규범에 관한 논의가 전제되는 경우에도 아무런 실행적 의의를 지니지 못하는 선언적 언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때로 특정 규범이 정책 형성과 집행을 강력히 선도하는 경우에도 다분히 일방적인 다수파 논리에 의해 압도되는 경향이 강하다.
해외의 선행 사례에 대한 '타자관찰'(other-observation)에 근거해 형성되 는 경향이 있었던 까닭에, 한국의 외주제작 정책에 대한 진전된 '자기 관찰'(self-... more 해외의 선행 사례에 대한 '타자관찰'(other-observation)에 근거해 형성되 는 경향이 있었던 까닭에, 한국의 외주제작 정책에 대한 진전된 '자기 관찰'(self-observation) 역시 기존의 타자관찰 대상에 대한 면밀한 검토 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외주제작 활성화 정책 이 근본적으로 수입된 정책이기는 하지만, 이를테면 "귤이 회수를 건 너면 탱자가 된다"는 식의 손쉬운 평가를 내리기 전에, 강남에서는 정 말 귤이 귤로 자라났는지를 먼저 살필 이유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그와 같은 타자관찰 대상의 하나로 영국의 독립제작 활성 화 정책에 주목하고자 한다. 1)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의무적 외주제작 1) 영국의 독립제작(independent production) 개념은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외주제작 개념과는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외주제작(external commi-영국 독립제작 활성화 정책에 대한 비판적 평가 / 187 비율의 도입에서부터, 외주전문 공영채널 설립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 을 거쳐, 최근의 저작권 관련 논의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외주제작 정 책은 직간접적으로 영국의 독립제작 활성화 정책을 참조해온 측면이 강하다. 예컨대 "컨텐츠 문제가 지속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한국 의 상황에서 모든 프로그램을 외주제작 프로그램으로 방영하는 출판 형 방송사인 채널 4가 하나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견해(은혜정, 2001, 85쪽)라든가, 2003년 커뮤니케이션법(The Communications Act, 2003) 도입 이후의 영국 독립제작 활성화 방안을 분석하면서 "외주정 책의 내용을 한 단계 질적으로 심화시킨 것으로 평가"하는 입장(김대 호, 2005, 196쪽) 등에서, 상대적으로 불완전하거나 미진한 한국 외주 제작 정책이 나아갈 바를 영국 사례에서 찾고자 하는 경향을 자주 발 견할 수 있다. 또한 여러 정책보고서나 논문에서 외주제작 쿼터, 경합 형 공공기금, 프로그램 저작권 정책 등의 이슈를 두고 해외사례를 분 석할 때 언제나 주요 분석대상으로 꼽히는 것이 영국의 독립제작 정책 이라는 점을 확인하기란 어렵지 않다(강형철 외, 2008; 장하용․조항 제․임정수, 2008; 임정수, 2009 참조). 실제로 영국은 자국 생산 프로그램이 세계에서 가장 활성화된 국가 들 가운데 하나이며 영국 독립제작 부문은 유럽에서 가장 크고 활성화 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Ofcom, 2006). 영국은 방송 프로그 램 수출시장에서, 비록 큰 격차가 있기는 하지만, 미국 다음으로 가장 수익성 높고 경쟁력 있는 행위자로서 그 가운데 독립제작 부문이 차지 하고 있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Steemers, 2004). 영국 시청각 ssions)은 방송사 자체제작(inhouse production)이 아닌 모든 경우를 의미하는 반 면, 독립제작은 방송사가 고용하거나 방송사가 통제권을 갖지 않는 주체에 의한 프로그램 제작을 일컫는다. 따라서 방송사가 전체 지분의 25% 이상을 소유하는 제작사나, 방송사 지분의 25% 이상을 소유하는 제작사에 의한 프로그램 제작은 제외된다(HMSO, 1995). 물론 한국에서의 외주제작 개념이 단순히 방송사 자 체제작에 대비되는 개념으로서뿐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이와 같은 독립제작 개념 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영국에서 사용되는 '독 립'(independent) 개념은 그러한 법적 규정 이상의 역사적 맥락을 갖고 있으며 부분적으로는 흔히 '인디'(indie)라고 지칭되는 문화적 생산주체와 상당한 연관성 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이후 내용에서 더욱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52 _ 방송과 커뮤니케이션 2014년 제15권 4호 1. 문제 제기 1) 배경 맥락과 연구문제 영국은 무료 (지상파) 방송과 유료 (위성) 방송이 강력한 복점 구도를 유지 ... more 52 _ 방송과 커뮤니케이션 2014년 제15권 4호 1. 문제 제기 1) 배경 맥락과 연구문제 영국은 무료 (지상파) 방송과 유료 (위성) 방송이 강력한 복점 구도를 유지 하고 있는 나라이다. 무료 지상파방송은 BBC를 위시로 한 네 개의 공영 및 민영 방송사들이 공공서비스 방송으로서의 특수한 사회적 지위를 활용해, 즉 '공공서비스 의무와 권리의 독특한 교환 체계'에 기초해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해왔다. 요컨대 무료 보편적 방송 서비스 원칙 등과 같은 공익적 지향을 걸고 정부나 정책 당국으로부터 지상파 플랫폼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공공정 책을 이끌어냄은 물론, 고품질 콘텐츠의 안정적 재생산과 적정 수준의 디지털 혁신을 통해 시장에서의 선도적 위치 또한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다른 한편 루퍼트 머독 계열의 위성방송 스카이(BSkyB)는 지중선로를 통한 유선화 (wired) 방식이 보편화되기 어려운 영국적 조건을 십분 활용하여 유료 위성방 송을 정착시켰다. 디지털 방송 기술 측면에서의 트렌드세터로서의 선도성, 스포츠와 영화를 망라하는 프리미엄 콘텐츠의 유효 독점, 시장 변화에 대한 적응력 높은 비즈니스 전략, 압도적 고객 서비스 역량 등을 결합하여 1) 유료방 송 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를 확보했다(이준웅·정준희, 2012; Hart, 2004). 하지만 공공 영역과 시장 영역, 유료방송과 무료방송 플랫폼 사이의 일정 한 균형을 통해 시민-소비자의 이해를 폭넓게 확보하려는 정책 의지가 작동 해온 지금까지의 구조에서(Livingstone, et al., 2007; Starks, 2007; 정준희·김대 호, 2011), 디지털 전환 완료 전후로 형성된 새로운 변수 몇 가지가 부상하고 1) 물론 순수한 시장 행위만으로 이와 같은 지위를 달성했으리라 판단하기는 어려우며, 1980년 대 보수당 정부의 탈규제 정책을 이끌어내고 이로부터 직접적 수혜를 입은 대표적 행위자들 로서 2000년대 이후 노동당 정부와도 일정한 밀월관계를 수립할 수 있었던 덕도 크다 (Galperin, 2004; Freedman, 2008). 영국 지상파방송사의 디지털 진화 전략 분석 _ 53 있다.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인터넷 프로토콜(IP) 기반의 방송 전달 양식과 이에 부응하는 비선형 소비 형태의 등장이다. 이는 무선 방송 주파수를 통해 선형적인 콘텐츠 패키지를 전달함으로써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해온 이 두 행위자 모두에게 상당한 도전이 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Netflix), 아마존, 유튜브 등의 신규 개방형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ver-the-top: OTT) 사업자들이 대거 등장하여 가입비(subscription) 기반의 유료 텔레비전 시장은 물론 광고 기반의 무료 텔레비전 시장에 대해서도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경쟁 조건이 형성되고 있는 시점이다(Ofcom, 2014b). 또 다채널 서비스를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되던 디지털화 초기 국면은 이제 고화질(HD) 서비스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 확대를 꾀하지 않을 수 없는 디지털화 후기 국면으로 이동 중이다. 디지털 전환의 장점으로서 표준화질(SD)급 다채널 서비스 보급에 주력해온 영국의 경우 HD 서비스가 최근 들어 본격화되고 있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방송 서비스 공급자들의 의지에 의해서건 상위시장(upmarket) 시청자들의 새로 운 수요에 의해서건, 그리고 수상기 교체 주기에 맞물려서도 조만간 어떤 형태 로든 초고화질(UHD) 서비스가 가시화될 전망이며, 이를 위해 좀 더 효율적인 압축 전송 기술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필요성 역시 대두되고 있다. 미디어티크(Mediatique, 2014)가 예측하듯이 영국에서도 광고와 수신료를 기반으로 하는 지상파 무료방송 서비스가 현재와 같은 지위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향후 10년 이내에 지상파방송의 시장 지위가 급격히 몰락할 확률은 비교적 매우 낮은 편이라고 는 해도, 기술 변화와 맞물린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 그리고 비선형적 콘텐츠 소비에 대한 시청자들의 요구의 획기적 증가 및 그에 수반되는 소비 패턴의 다분히 불가역적인 변화 등을 고려해볼 때 무료 지상파방송의 영향력은 차츰 감소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SD급 무료 지상파 다채널 플랫폼인 프리뷰(Freeview) 모형과 지상파 포트폴리오(portfolio) 채널 2) 을 활용하여 전체 규모를 유지하면서 나름 선방할 수 있었던 일종의 '연착륙' 54 _ 방송과 커뮤니케이션 2014년 제15권 4호 전략은 또 다른 종류의 방향 전환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결국 지금까지 무료 지상파 공공서비스 방송 진영이 대안으로 준비 해온 커넥티드(connected) TV로의 진화가 성공적일 수 있는지, 그리고 HD에 서 UHD까지를 포함하는 고화질 서비스로의 이동을 압축 기술, 전송망, 기기 측면에서 안정적으로 성취할 수 있는지 등이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이 연구는 1990년대 후반에 법제적 틀이 설정되고 난 다음, 2008년에 시작되어 2012년에 마무리된 순차적 디지털 전환(digital switch-over) 국면에 서 영국 공공서비스 지상파방송사들이 구성해냈던 전략적 대응의 양상을 추적해보려 한다. 이 연구가 해결하고자 하는 주요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연구문제 1 _ 최근 영국 방송산업을 관통하는 제도설계, 즉 특정한 종류의 목적의식적 공공정책이 존재하는가? 만약 존재한다면 어떤 특 성을 갖고 있는가? 그리고 이와 같은 제도설계는 어떠한 기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었는가? 2) 아날로그 신호와 디지털 신호가 동시 송출되던 시기에 영국 지상파방송사들은 공공서비스 채널로 분류되어 있는 아날로그 기본 채널(디지털로도 송출됨)과 공공서비스 역할에서부터 자유로운(단, BBC는 모든 국내 채널이 공공서비스 목적으로 한정됨) 디지털 부가 채널(디지 털로만 송출됨)로의 분화를 통해 다채널 패키지를 마련했다. 수신료에 기반을 둔 BBC는 수용자 일반을 포괄하는 기본 채널인 BBC1과 BBC2에 더해 특정 수용 계층에 초점을 맞춘 BBC3(젊은층), BBC4(예술), Cbeebies(미취학 아동), CBBC(취학 아동), BBC News(24시간 뉴 스) 등을 제공해왔고, 지역 면허 기반의 프랜차이즈 시스템인 최대 민영·상업방송사인 ITV는 기본 채널 ITV1의 콘텐츠를 변주하거나 연계 편성하는 파생 채널을, 제2공영방송사 인 채널4는 E4(연예오락), More4(연계 편성), Film4(독립영화)처럼 장르 특화된 채널을, 그리 고 소규모 제2민영방송사인 채널5는 5USA(미국 콘텐츠), 5Star(인기 장르) 등의 특성화된 채널을 패키지화했다. 이들은 기본 채널의 콘텐츠를 장르별로 나누어 재방송하는 방식을 넘어, 기본 채널 콘텐츠의 방송 시간을 연장하여 릴레이 방송을 수행하거나 기본 채널에서 공개하지 않은 다양한 뒷이야기를 제공하는 등의 연결 전략을 통해 각 채널 간 차별성과 함께 연계성을 높이는 시너지 효과를 의도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흔히 '포트폴리오 (portfolio) 채널'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Ofcom, 2014a; 2014b 참조). 영국 지상파방송사의 디지털 진화 전략 분석 _ 55 연구문제 2 _ 주요 기술 변동 국면에서의 제도설계와 기술 환경에 대응하는, 이 연구가 주목하는 주된 기업 주체인 영국 지상파방송의 전략과 그 결과물은 어떠했는가? 연구문제 2-1 _ 디지털 전환 이전의 제도설계와 기술 환경 변화에 부응하는 플랫폼과 서비스 측면에서의 영국 지상파방송의 전략은 무엇 이었으며 이는 어떤 결과를 빚었는가? 연구문제 2-2 _ 디지털 전환 이후의 제도설계와 기술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플랫폼과 서비스 측면에서의 영국 지상파방송사의 전략은 어떻게 구성되고 있으며, 어떠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가? 연구문제 2-3 _ 디지털 플랫폼과 이를 통한 서비스 전략 이외에 콘텐츠 전략 측면에서 어떤 특성을 발견할 수 있는가? 연구문제 3 _ 한국과 영국 사이의 차이점과 공통점은 무엇이며, 그로부터, 특히 한국 미디어 지형의 재편 과정에 연관되어 얻을 수 있는 실천적 함의는 무엇인가? 2) 분석틀 연구의 핵심 질문에 내포되어 있는 바와 같이 이 연구는 커뮤니케이션 산업의 전략적 환경과 기업 주체가 상호작용하면서 형성되는 역학관계를 영국 사회의 맥락에서 사례분석하는 접근법을 취하려 한다. 커뮤니케이션 산업의 초국적·일국적 재구조화 과정의 패턴을 추적하는 프라이스(Price, 1995; 2004)는 관련된 변동 양태의 핵심을 이른바 '충성시장 론(market for loyalties)'의 관점에서 포착한다. 여기서 충성시장이란 "권력을 쥐기 위해 경쟁하는 거대 행위자들이 자신들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이미지와 정체성의 카르텔을 조직화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규제 정책을 활용하며, 그 결과로 충의의 연계 양상이 재편되는(shuffle for allegiance)" 시장을 일컫는 56 _ 방송과 커뮤니케이션 2014년 제15권 4호 다. 이 시장에서 생산되고 교환되는 것은 국가적 정체성이나 공동체 관념 등인데, 일반적으로 국가, 정부, 기업, 이익단체 등이 '판매자'의 위치에 있으 며, 소비자, 시민, 신민, 국민 등은 이들 판매자들이 정보, 홍보, 광고, 뉴스 및 기타 콘텐츠 패키지의 형태로 이 시장에 내어놓는 소속감과 정체성이라는 문화적 산물을 구매하기 위해 (일반적인 화폐를 넘어) 시민의식/시민권이나 충성심 등을 지불한다. 그의 이론적 틀은 미디어 지형과 커뮤니케이션 산업 체계의 변동이 단지 기술과 시장의 변화에 의해서만 촉발되는 것이 아니라, 모종의 문화적 정체성을 둘러싼 긴밀한 교환관계와 상호작용에 의거하여 복합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라는 점을 잘 지적한다. 특히 그와 같은 변동이 일정한 지배 카르텔의 변동을 수반한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의 이론적 시각이 현실의 변화를 포착하는 데 다분히 은유적이고 느슨한 범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명확히 딱 떨어지는 분석적 유용성을 확보하기가 그리 용이하지는 않은 편이다. 이런 분석적 도구의 보완을 위해 마이클 포터가 제안한 전략적 경영이론의 분석 개념과 신제도주의적 접근이 제공하는 개념의 일부를 빌려오는 것이 유용할 것으로 판단한다. 최근의 미디어 산업 특성에 대응하는 전략적 경영이 론에 따르면 경쟁전략의 핵심은 자신의 조직을 전략적 환경(strategic environment)에 맞게 배치하는 것에 있으며, 현대 미디어 기업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 에는 기술 변동, (비즈니스 모형의 중추로서) 미디어 콘텐츠 모형의 변화, 소비자-수용자 행태 등이 주요 구성 요소로서 자리하고 있다(Porter, 1987; Bilton, 2007). 먼저 기술 변동은 최근 들어 점점 더 결정적 요인으로서 부상하 고 있는데, 단 기술결정론자들이 주장하는 바와는 달리 선행 기술과 후행 기술 사이에는 직접적 대체 메커니즘보다는 보완 혹은 점진적 침식 메커니즘 이 작동한다고 본다. 다음으로 미디어 콘텐츠 모형은 대중매체 콘텐츠에서 틈새 콘텐츠를 거쳐 참여적 소셜 콘텐츠 모형으로의 중첩적 이동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 전통적 양면시장을 구성하던 대중매체 수용자 기반의 광고 Available: http://www.bbc.com/news/entertainment-arts-27538275
그럼에도, 첫째, 영국 정부는 기술·기기적 디지털 컨버전스를 단순 추수하는 수 동적 지위에 머무르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적극적 산업정책(industrial activis... more 그럼에도, 첫째, 영국 정부는 기술·기기적 디지털 컨버전스를 단순 추수하는 수 동적 지위에 머무르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적극적 산업정책(industrial activism)"을 구사하는 주체였으며, 명확한 규범적 지향에 바탕을 두어, 특정 형태의 미 래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당대의 조건에 개입하는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어찌 보면 자유시장 이념과는 상반되는 이와 같은 접근법은 특히 시장과 산업에 대한 개입 주의적 정책을 표방한 신노동당 정부에 의해 더 목적의식적으로 채택되었던 바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최상의 방법은 그것을 창안해 내는(invent) 것이다. 만약 영국이 디지털 컨버전스의 최첨단에 서고자 한다면, 산업, 정부, 규제기구들은 더더욱 융합 된 방식의 사고와 행동을 지속해야만 한다(Intellect, 2005, 6)."는 언급 속에 이와 같 은 적극적 국가상이 잘 나타나 있다. 둘째, 영국의 디지털 컨버전스 정책 속에는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의 공익성(public interest), 공적 가치(public value), 사회문화적 특성 등에 대한 강조가 명확한 자리 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이 단순한 구색 갖추기나 립서비스였다면 현실적으로 큰 의 1) 이런 사고는 전통적으로 통신과 미디어 부문에 대한 강한 사회적 통제를 유지해온 유럽 커뮤니케이션 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함의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디지털 컨버전스 '현실'에 의해 촉발되어 1997년 녹서에 반영되었던 것은 아 니다. 이미 1989년의 "국경 없는 텔레비전 훈령(TV Without Frontiers Directives)" 속에는 탈규제, 상업화, 경쟁 촉진 이라는 모티브가 자리 잡고 있었으며, 1997년 녹서는 이것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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